- 서울에서 비수구미까지, 16km 물길 위에서 만난 진짜 여행
- 평화의 댐까지 지나친 초행길 로잉캠핑, 그마저도 소중한 추억이 되다

[사진 : 화천 파로호 전경]
- 서울에서 비수구미까지, 16km 물길 위에서 만난 진짜 여행
- 평화의 댐까지 지나친 초행길 로잉캠핑, 그마저도 소중한 추억이 되다
2주 전 주말, 필자는 혼자 1박 2일 로잉캠핑을 다녀왔다. 이번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의 비수구미였다.
캠핑 당일인 토요일 새벽 6시경, 서울을 출발했다. 아직 도심이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차량 루프랙에는 로잉보트가 올라가 있었고, 텐트와 침낭, 취사 장비, 식량과 식수 등 1박 2일 동안 사용할 캠핑 장비가 차량에 가득 실려 있었다. 몇 시간 뒤 도착한 곳은 화천 방천리 형제좌대낚시터. 이번 로잉캠핑의 출발점이다.
낚시터에 도착해 로잉보트를 내리고 장비를 옮겨 싣고 있을 때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가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주로 보이는 아이들까지 함께한 가족이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필자가 묻자 가족들은 동촌리의 한 민박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웃으며 말했다. "소주 생각나면 오세요."
짧은 인사였지만 왠지 정겨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 가족이 이날 만난 마지막 사람들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보트를 물 위에 띄웠다. 육로 이동은 여기까지였다. 이제부터 목적지인 비수구미까지는 오직 노를 저어 이동해야 했다. 비수구미까지는 편도 약 16km. 처음 가보는 코스였기에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과연 예정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체력은 버텨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출발해 보니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사진 : 비수구미 로잉캠핑을 위해 장비를 적재한 로잉 보트]
파로호 초입에서는 몇몇 낚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좌대에서 낚시를 즐기던 사람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비수구미 방향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낚시인도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는 배도 없었다. 차량 소리는 물론 사람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노가 물을 가르는 소리와 잔잔한 물결 소리만 귓가를 채웠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질수록 자연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때부터는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되었다.
문제는 비수구미가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지도와 주변 지형을 살펴가며 이동했지만 정작 비수구미 입구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직 조금 더 가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노를 저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한참을 이동한 뒤였다. 결국 비수구미를 지나쳐 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눈앞에 거대한 구조물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파로호 끝자락에 위치한 평화의 댐이었다. 그제야 비수구미 계곡 입구를 지나쳐 약 2~3km를 더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진1,2 : 평화의 댐 전경]
[사진3 : 파로호의 평화누리호]
결국 방향을 돌려 약 2~3km를 되돌아왔고, 한참 만에 비수구미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찾는 장소였기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당시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출발 후 3시간여 만에 비수구미 계곡과 파로호가 만나는 지점 인근에 도착했다.
텐트를 설치할 장소를 정하고 캠프를 꾸리자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진1 : 비수구미 계리 출렁다리]
[사진2 : 비수구미 생태길 안내표지판]
[사진3 : 로잉캠핑을 위해 비수구미에 설치한 텐트]
눈앞에는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펼쳐졌고, 긴 로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성취감이 마음을 채웠다. 저녁이 되자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첫날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였다. 자연 속에서 직접 구운 스테이크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루 종일 노를 저은 뒤 먹는 저녁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만족스러웠다. 고요한 파로호와 숲을 바라보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혼자 떠난 캠핑에는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늦은 밤 텐트 안에서 쉬고 있는데 숲속 어딘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긴장감이 몰려왔다. 혹시 음식 냄새를 맡고 야생동물이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 확인할 용기는 쉽게 나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혼자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결국 텐트 안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한 호루라기를 여러 차례 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 호루라기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 뒤 더 이상 이상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동물이었는지 바람 소리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긴장이 풀려 다시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는 또 한 번 놀라서 잠에서 깼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큰 새소리 때문이었다. 고요한 숲속에서는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의 알람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간단하게 쌀국수로 해결했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며 바라본 비수구미의 아침 풍경은 전날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텐트를 정리하고 장비를 다시 보트에 실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한결 여유로웠다.
[사진 : 화천 파로호의 유람선 평화누리호]
중간에 호숫가에 잠시 상륙해 쉬던 중 돌을 잘못 디디면서 중심을 잃었고 고관절 부위를 강하게 부딪쳤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자연 속에서는 작은 방심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이후 무사히 형제좌대낚시터에 도착해 로잉보트를 차량 루프랙 위에 올리고 장비를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그런데 돌아와서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은 의외로 비수구미의 풍경만은 아니었다.
떠나기 2~3주 전부터 장비를 점검하고, 식단을 고민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지도를 펼쳐 이동 경로를 살펴보던 시간들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비수구미는 어떤 곳일까. 몇 시간이 걸릴까.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 그런 상상과 기대를 하던 순간마다 마음은 이미 캠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캠핑은 출발하는 날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떠날 날짜를 정하는 순간부터, 장비를 점검하는 순간부터, 목적지를 상상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캠퍼들은 캠핑을 다녀오자마자 또 다른 캠핑을 계획한다. 필자 역시 벌써 다음 로잉캠핑을 준비하고 있다.
비수구미를 지나쳐 평화의 댐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온 일, 밤중에 들려온 정체 모를 소리에 호루라기를 불었던 일, 새벽 숲속을 울린 커다란 새소리, 귀환길의 작은 사고까지.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여행의 일부였다.
캠핑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준비하는 시간마저 즐거울 때, 비로소 진짜 캠핑이 시작된다. 어쩌면 필자의 다음 로잉캠핑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 모른다.
다음 이야기 예고
캠퍼의 마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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