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대부분의 가정이 차례 준비로 분주한 시간. 그러나 경기도의 한 근교 캠핑장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텐트 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올해 설 연휴를 캠핑장에서 보내고 있다는 최O(49)씨는 “고속도로 대신 숲길을 택했다”고 말했다.“예전에는 명절이면 이동하느라 하루를 다 썼죠. 차 안에서 지치고, 도착하면 또 준비하고…. 어느 순간 ‘이게 정말 가족을 위한 시간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명절 스트레스 대신 여유를 선택했습니다”
최씨 가족은 몇 해 전부터 명절 방식을 바꿨다. 차례는 간소화하고, 당일이나 연휴 기간 중 하루를 정해 근교로 캠핑을 떠난다.
텐트 안 테이블에는 전과 나물 대신 간단한 고기와 따뜻한 국이 오른다.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두고, 가족이 돌아가며 듣고 싶은 음악을 튼다.
“명절에 어딜 가도 사람이 많잖아요. 쇼핑몰도, 관광지도 북적이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설 당일 캠핑장은 오히려 한적합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편안해요.”
실제로 명절 기간 근교 캠핑장을 찾는 가족 단위 이용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절 피로’를 줄이려는 중장년 가장들의 선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 텐트 안에서 더 가까워진 가족
이날 텐트 안에서는 스마트폰 대신 음악이 중심에 있었다. 고등학생 아들이 고른 최신 가요가 흐르면, 딸은 8090 노래를 이어 틀었다. 아버지는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렸다.
“집에서는 각자 방에 있거나 휴대폰을 보는데, 텐트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주 앉게 돼요. 대화가 길어집니다. 명절이라서 더 의미가 있고요.”
최씨는 명절의 의미를 버린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꿨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전에는 부모님을 모신 추모공간을 다녀오고, 이후 가족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형식 대신 기억에 남는 시간을 택한 셈이다.
■ 인파를 피해 찾은 ‘우리만의 명절’
설 연휴는 여전히 이동 인구가 가장 많은 시기다. 고속도로 정체, 식당 대기 줄, 북적이는 관광지 풍경은 익숙한 명절의 단면이다.
그러나 캠핑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붐비는 공간 대신 한적한 자연, 복잡한 상차림 대신 간편한 식사, 의무감 대신 여유.
최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나중에 기억할 설날은 차례 음식보다 오늘 텐트 안 분위기일 것 같아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명절의 풍경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2026년 설날, 누군가는 고향길 위에 있고, 누군가는 자연 속 캠핑장에서 가족과 마주 앉아 있다.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다.
올 설, 인파를 피해 자연 속으로 들어간 가족들의 선택이 새로운 명절 문화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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