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캠핑장의 저녁을 대표하는 돼지고기, 한 끼 식사를 넘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음식
- 좋은 고기보다 중요한 것은 숙성과 숯, 기다림, 그리고 함께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
[사진 : 대한민국 캠핑장의 저녁을 가장 상징하는 풍경은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돼지고기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텐트를 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펼친다.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식재료를 정리할 즈음이면 해가 서서히 기울고, 캠핑장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에서 장작과 숯에 불을 붙이고, 화로를 준비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불꽃이 잦아들고 숯 표면이 하얀 재로 덮이기 시작하면 캠핑장에는 고소한 돼지고기 굽는 향이 퍼진다. 전국 어느 캠핑장을 찾아가도 저녁 무렵이면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캠핑장은 하나둘 숯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많은 사람들은 캠핑 음식이라고 하면 삼겹살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한국 캠핑을 대표하는 음식은 '삼겹살'이 아니라 '돼지고기'라고 하는 것이 맞다.
지방의 고소한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삼겹살을 선택하고, 담백하면서도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은 목살을 고른다. 최근에는 항정살이나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을 함께 준비하는 캠퍼들도 늘고 있다. 어떤 부위를 선택하든 공통점은 하나다. 한국 캠핑의 저녁은 돼지고기 숯불구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사진 : 캠핑장에서는 삼겹살뿐 아니라 목살과 특수부위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왜 하필 돼지고기일까?
돼지고기는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기에도 좋아 오랫동안 한국 캠핑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함께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조리 기술이 없어도 맛있게 구울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상추와 깻잎, 쌈장, 마늘, 김치만 곁들이면 한 상이 완성되고, 버섯이나 양파, 파프리카, 옥수수, 감자, 고구마를 함께 구우면 화로 하나만으로도 풍성한 식탁이 만들어진다.

[사진 : 맛있는 바비큐는 캠핑장에 도착해서가 아니라 출발 전 준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맛있는 캠핑 바비큐는 캠핑장에 도착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출발 전 준비에서 이미 결정된다.
경험이 많은 캠퍼들은 출발 전부터 바비큐를 준비한다. 신선한 고기를 구입한 뒤 하루 정도 냉장 숙성하면 육즙과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숙성을 마친 고기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 채 캠핑장으로 가져간다. 같은 고기라도 숙성과 보관 상태에 따라 육즙과 식감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좋은 고기가 맛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굽는 기술이 결정한다.
초보 캠퍼들은 불꽃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고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숙련된 캠퍼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장작이 충분히 연소되어 불꽃이 완전히 사라지고 숯 표면이 하얀 재로 덮일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가 가장 안정적인 복사열을 내는 상태다.
특히 두꺼운 목살이나 통삼겹은 뚜껑을 덮어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로 안이 작은 오븐처럼 작동하면서 고기가 더욱 고르게 익고 육즙도 지키기 쉽다.
또한 고기는 시간을 보고 굽기보다 두께를 보고 굽는 것이 중요하다. 얇은 삼겹살은 자주 뒤집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두꺼운 목살과 통삼겹은 한 면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 뒤 뒤집는 것이 좋다. 그리고 거의 다 익은 뒤 잠시 레스팅(Resting, 고기를 잠시 쉬게 하는 과정) 시간을 가진 후 먹기 직전에 잘라야 육즙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사진 : 좋은 숯과 적절한 뚜껑 사용은 맛있는 캠핑 바비큐의 핵심이다.]
캠핑장에서 맛있는 고기를 만드는 것은 좋은 고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기를 숙성하는 사람, 숯을 준비하는 사람, 가장 맛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굽는 사람, 먹기 직전에 잘라 따뜻할 때 건네는 사람의 정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한 끼의 만찬이 완성된다.
[사진 : 로잉캠핑에서 경험한 바비큐는 기다림과 배려가 최고의 맛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몇 해 전 한강오어보드로잉클럽 동호회의 로잉캠핑에서 잊지 못할 저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큼직하고 두툼한 돼지고기를 소금으로 숙성해 가져온 '뱃사공'이라 불리는 회원이 있었는데, 그는 숯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린 뒤 비로소 고기를 올렸다. 고기를 서둘러 자르지 않고 충분히 익힌 뒤 잠시 쉬게 한 다음, 먹기 직전에 가장 맛있는 크기로 잘라 회원들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그날 깨달은 것은 '좋은 바비큐는 좋은 고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기다림과 화력 조절, 굽는 기술, 자르는 타이밍, 그리고 함께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해질 때 비로소 최고의 캠핑 음식이 완성된다는 것을 배웠다.

[사진 : 캠핑 바비큐는 음식을 넘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드는 문화다.]
캠핑장의 저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화로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가장 맛있는 한 점을 권하는 시간이다. 어떤 가족은 함께 고기를 굽고, 어떤 가족은 평소 집안일을 많이 맡던 가족이 잠시 쉬는 동안 다른 가족이 화로 앞을 지키기도 한다. 캠핑에서는 역할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이번 『재키창의 캠핑 쿡북』은 대한민국 캠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식문화를 기록하고, 직접 경험하며 얻은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연재다. 앞으로는 숯과 장작 이야기부터 다양한 돼지고기 부위, 스테이크, 닭고기, 해산물, 캠핑 아침식사까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캠핑 요리와 조리 노하우를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사진 : 랜턴 아래 가족이 식사를 즐기는 장면]
다음 편에서는 캠퍼들의 영원한 고민인 '삼겹살과 목살, 캠핑에서는 어떤 부위가 더 맛있을까?'를 부위별 특징과 숯불 조리법, 맛의 차이를 중심으로 자세히 비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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