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야영장 책임보험, ‘들어놨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기자수첩] 야영장 책임보험, ‘들어놨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인구 700만 시대. 주말이면 전국의 야영장은 텐트와 차량, 모닥불로 가득 찬다. 자연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이 됐지만, 그만큼 사고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문제는 사고 이후다. 캠핑장 운영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말, “책임보험은 가입돼 있다”는 한 문장이 실제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야영장 사고배상 책임보험은 말 그대로 ‘가입 여부’보다 ‘계약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험을 의무사항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시설소유·관리자 배상책임, 화재·붕괴 사고 보장이 빠져 있는 계약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텐트 화재나 데크 붕괴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업종 분류다. 야영장임에도 숙박업이나 임대업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약관을 근거로 면책을 주장한다. 책임보험이 ‘사후 안전망’이 아니라 ‘사고 이후 분쟁의 시작점’이 되는 순간이다.
캠핑장 사고의 상당수는 화재와 자연재해에서 발생한다. 장작과 숯, 버너 사용은 캠핑의 일부지만 동시에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여기에 강풍과 폭우, 집중호우까지 더해지면 사고는 순식간에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보험 약관에는 ‘천재지변 면책’ 조항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 자연 속에서 운영되는 야영장에서 자연재해를 보장하지 않는 책임보험, 과연 실효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글램핑과 카라반도 마찬가지다. 전기와 가스 설비가 포함된 고정식 시설은 일반 텐트보다 위험도가 높지만, 보험 증권에 해당 시설이 명시되지 않으면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캠핑장’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시설이 포괄된다고 믿는 순간, 사고는 고스란히 운영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보상 한도 역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기본 한도는 실제 사고 규모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 대인 사고 한 번에 수억 원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현실에서, 낮은 보상 한도와 높은 자기부담금은 보험이 아닌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된다.
책임보험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약관 한 줄, 체크 박스 하나의 차이가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캠핑이 여가를 넘어 산업이 된 지금, 야영장 책임보험 역시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안전은 자연처럼 우연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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