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강 따라 황희 정승의 반구정과 임진각 평화누리를 만나다
- 장산전망대와 화석정까지 이어지는 13km 가을 역사·문화길

경기도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잇는 평화누리길은 우리나라 최북단 도보 여행길 가운데 하나다. DMZ 인근 철책선을 따라 걸으며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적 흔적을 만날 수 있어 걷기 여행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10년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모두 12개 코스, 약 189km로 구성돼 있다. 김포 3개 코스, 고양 2개 코스, 파주 4개 코스, 연천 3개 코스가 이어진다.
특히 가을은 평화누리길의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기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과 높아진 하늘 아래 길을 걷다 보면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길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경기도는 ‘DMZ 사색(四色)하다’를 주제로 계절별 평화누리길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으며, 10월에는 파란 가을 하늘과 임진강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을 추천한다.
파주에 위치한 반구정길은 총 13km 구간으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임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반구정과 율곡 이이 선생의 화석정, 임진각과 평화누리, 장산전망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길의 시작점인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여생을 보낸 곳이다.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라는 뜻의 반구정은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고 고즈넉한 모습이 특징이다. 정자에 올라 임진강을 바라보면 강물과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옛 선비들이 강변에서 풍류를 즐기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반구정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임진각에 이른다. 1972년 분단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된 임진각은 오늘날 DMZ 평화·통일 관광의 대표적인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망배단을 비롯해 독개다리와 증기기관차, 평화의 종 등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DMZ 평화관광의 출발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임진각을 지나면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평화누리를 만난다. 10월에는 K-드라마와 영화 OST를 주제로 한 ‘2026 GHOST(경기 한류 OST) 페스티벌’이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며,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는 지역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파주개성인삼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평화누리 인근에 위치한 평화누리 캠핑장도 가을철 캠핑 명소로 꼽힌다. 임진강과 건너편 민간인출입통제지역을 바라보며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캠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임진각과 평화누리를 지나면 길은 한층 한적해진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과 추수를 앞둔 농촌 풍경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임진강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장산전망대에 닿는다.
장산전망대에서는 임진강 너머 초평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초평도는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제한되면서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으로 알려져 있어 임진강과 함께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반구정길의 마지막 구간에는 임진강을 굽어보는 화석정이 자리한다. 율곡 이이 선생이 학문을 닦고 후학들과 교류했던 곳으로 알려진 화석정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일화도 전해진다.
율곡 이이 선생이 생전에 정자 주변의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했고, 훗날 임진왜란 당시 이 나무들이 정자에 불을 밝히는 데 사용돼 선조가 임진강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화석정에 남은 이야기는 율곡의 우국충정을 되새기게 한다.
화석정을 지나 율곡습지공원에 도착하면 13km에 이르는 반구정길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계절에 따라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습지는 도심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여유와 자연의 시간을 선물한다.
황희 정승의 청렴한 삶과 율곡 이이 선생의 지혜, 그리고 분단의 아픔을 넘어 평화를 꿈꾸는 임진각과 평화누리. 이처럼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은 단순한 걷기 길을 넘어 역사와 자연, 평화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는 가을 여행길이다.
올가을,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길 위에 남겨진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임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반구정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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